가정폭력범죄 피해 심각. 지난해 112 신고 248,660건

경찰 초동조치 미흡, 가정폭력 피해자의 생명권 침해되는 결과 초래

소비자를 위한 신문 | 입력 : 2019/07/12 [17:50]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유남영, 이하 ‘진상조사위’)는 ‘가정폭력 진정사건’에 대해 개별사건들에 대한 본 조사과정을 거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 가지 배경(가정폭력피해의 심각성, 경찰 초기 대응의 중요성, 가정폭력사건의 법 제도적 한계)에서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 및 인권 증진을 위해 제도·정책 개선을 권고하기로 했다.


경찰청 공식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가정폭력으로 인해 112 신고가 이루어지는 건수는 매년 20만 건 이상이고, 2017년에는 28만 건에 육박한다.


2017년에 1366(여성 긴급전화)을 통하여 이루어진 상담 건수는 총 28만 9천 건에 이르고, 이 가운데 62.4%인 18만여 건이 가정폭력에 관한 사안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17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살인 사건을 분석한 2017-분노의 게이지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남편(전 남편을 포함)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85명의 여성이 살해되었으며, 주변인에 의하여 살해당한 여성까지 포함하면, 피해 여성의 숫자는 90명에 이른다. 이처럼 피해 여성이 살해당한 숫자는 2017년 피해자가 사망한 살인범죄 282건의 31.9%에 육박하고 있다. 한 마디로 살인범죄 3건 중 1건이 가정폭력 등에 의한 범죄라고 할 수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곳은 112신고센터이다. 112 출동 경찰관의 대응 양태는 ‘피해자들에게 가정폭력 위험 상황으로부터 자신의 안전과 인권이 보장되고 범죄가 중단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가, 아니면 경찰에 대한 불신을 갖고 가해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을 주는가’와 직결됨으로써 이후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대응 태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그뿐만 아니라 출동 경찰관들의 대응 양태는 가정폭력 가해자들에게도 자신의 행동이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여 폭력 행위를 중단하게 하거나, 반대로 ‘별일 아니라’는 인식을 남겨 가정폭력을 지속, 반복하게 할 수도 있다.


현행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이라 한다)은 피해자 보호조치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경찰 신청 → 검사 청구 → 법원 결정 → 경찰 집행’ 과정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가해자 수사·처벌과는 무관한 피해자 보호조치가 형법 및 형사소송법의 적용을 받는 형사사법작용으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가정폭력사건의 긴급성에 비추어 볼 때,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등의 피해자를 위한 보호조치를 그 필요성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취하는 것이 제도상으로 어렵게 돼 있다.


실제로 2018년 한 해 동안 가정폭력으로 112에 신고된 248,660건 중 입건 처리된 건수는 41,720건에 불과하고, 그 나머지 20만여 사건은 형사적으로 입건되지 않고 있다. 한편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기 위한 절차를 밟은 동안 시간적 공백(결정까지 길게는 10일이 넘는 시간이 지나가기도 함)이 발생한다. 이로 인하여 가해자가 입건되지 않고 종결되는 대다수 사건의 피해자들이 법령에서 보장하고 있는 보호조치를 필요한 시점에 적절하게 받지 못함으로써 피해자 보호 체계에 큰 허점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가정폭력 사건이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 보호’라는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주관 부처인 법무부 및 입법부의 현행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진상조사위는 경찰청에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이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경찰은 가정폭력사건에 관한 업무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 제1호(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의 보호), 제2호(범죄의 예방ㆍ진압 및 수사), 제2의 2호(범죄피해자 보호)에 해당하는 경찰의 핵심 직무임을 경찰관들이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한다.


경찰은 경찰청 예규인 범죄 수사규칙을 개정하여 가정폭력 사건에서 경찰의 책무는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 보호임을 분명히 하고, 경찰의 모든 대응 과정이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방안과 언어장벽으로 인한 보호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통역 인력양성 및 관리체계 수립 등을 통한 보호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


경찰은 가정폭력에 대한 초기 대응체계를 정비하고, 출동 경찰관 등에 대하여 가정폭력에 대한 이해 및 사건처리 업무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 등이다. 오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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