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태광”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 과징금 21.8억 원 부과

총수일가 회사로부터 김치·와인 대량구매 하도록 전 계열사 지시

소비자를 위한 신문 | 입력 : 2019/06/18 [17:32]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기업집단「태광」소속 19개 계열사가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 합리적 고려나 비교없이 대규모로 와인을 구매한 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고 동일인, 경영진 및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기업집단「태광」의 이호진 前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사실상 통괄하는 구조 하에서, 全계열사를 동원하여 총수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하여 생산한 김치를 고가(19만 원/10kg)에 무려 512톤, 95.5억 원어치 구매토록 하고,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메르뱅으로부터 대량의 와인(46억 원)을 아무런 합리적 고려나 비교과정 없이 구매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부당이익제공 행위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편법적 경영권 승계 등 경제력 집중 우려가 현실화되고, 골프장·와인유통 시장에서의 경쟁까지 저해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이번 조치는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하에서 합리적 고려나 비교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23의2 ① 4호)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한 최초의 제재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태광의 법위반 내용을 보면 휘슬링락CC는 2011년 개장 이후 계속된 영업부진에 따라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해왔으며, 2013. 5월 휘슬링락CC가 총수일가 100% 소유회사인 티시스에 합병돼 사업부로 편입되면서 티시스 전체의 실적까지 악화시키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에 다수의 총수일가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김기유는 동일인 이호진의 지시·관여 아래 티시스의 실적 개선을 위해 2013. 12월 휘슬링락CC로 하여금 김치를 제조하여 계열사에 고가로 판매하기로 계획했다.


이에 따라 휘슬링락CC는 2014. 4월 강원도 홍천군 소재 영농조합에 김치 제조를 위탁하여 김치를 대량 생산했다.


김기유는 2014. 5월 그룹 경영기획실이 설치되자 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각 계열사에 김치단가(19만원/10kg)를 결정하고 구매수량까지 할당하여 구매를 지시했다.


한편 계열사들은 휘슬링락CC 김치를 회사비용(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으로 구매하여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들은 김치구매 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치는 10kg 단위로 포장되어 임직원 주소로 택배 배송됐다. 또한 2015. 7월부터는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전용 사이트(태광몰)을 구축하여, 김치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임직원들에게 김치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19만점)를 제공한 후 임직원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주소를 취합하여 휘슬링락CC에 제공하고, 휘슬링락CC가 김치를 모두 배송하고 나면 김치포인트 19만점을 일괄 차감했다.


김치구매 포인트 상당의 금원은 각 계열사가 복리후생비 또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이용하여 휘슬링락CC에 일괄 지급했다.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휘슬링락CC는 경영기획실의 지시에 따라 김치생산을 중단했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법 위반 기간(2014. 상반기~2016. 상반기) 동안 휘슬링락CC로부터 구매한 김치는 총 512.6톤, 거래금액으로는 95.5억 원에 달했다.


특히, 휘슬링락CC가 제조한 김치는 투입재료, 생산방식, 유통방식 등을 고려하면 시중 가정용 김치 거래가격에 비해 현저히 고가로 판매된 것이었다.


메르뱅은 2008년 총수일가가 100% 출자하여 설립한 회사로 와인 소매 유통사업을 영위해왔다.


2014. 7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소위 ‘그룹 시너지’ 제고를 위해 계열사간 내부거래의 확대를 도모하면서 그 일환으로 계열사 선물 제공사안 발생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하였고, 더 나아가 2014. 8월에는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설, 추석) 선물로 지급할 것을 각 계열사에 지시했다.


이에 각 계열사들은 일사불란하게 각 사별 임직원 선물지급기준을 개정한 뒤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으로 메르뱅 와인을 구매하여 임직원 등에게 지급했다.


세광패션과 같은 일부 계열사는 김치구매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하여 와인을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태광 全계열사들은 와인 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각 계열사들은 경영기획실 지시라는 점 때문에 메르뱅이 제시하는 가격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이 사건 와인거래는 중단됐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법 위반기간(2014. 7월~2016. 9월) 동안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 원에 달한다.


기업집단 「태광」소속 全계열사들이 2년 반 동안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 원에 달한다.


김치 고가 매입을 통해 휘슬링락CC(총수일가 100% 소유)에 제공된 이익은 최소 25.5억 원이며 이는 대부분 이호진과 가족들에게 배당 등으로 지급되었다.


와인 대량 매입을 통해 메르뱅(총수일가 100% 소유)에 제공된 이익은 7.5억 원이며 동일인의 처 등에게 현금배당, 급여 등으로 제공됐다.


기업집단 「태광」소속 全계열사들은 2016년 9월 공정위의 조사가 개시되기 전까지 구매물량을 대폭 증가시켜오고 있었으며, 거래객체인 티시스(휘슬링락CC)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했다.


아울러, 티시스와 메르뱅 각각 일감몰아주기에 힘입어 사업기반을 확대하는 등 골프장 시장과 와인 유통시장에서 경쟁까지 저해했다.


이 사건은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동일인을 정점으로 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하에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데 동원된 사례를 적발하여 이를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특히 사익편취 규제가 도입(2013. 8월)된 이후 최초로 합리적 고려나 비교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조항(§23조의2 ① 4호)을 적용하여 제재하였다는데 중대한 의미가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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